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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쇠고기 수입업자 “나도 못먹겠다”
입력: 2008년 04월 28일 18:59:31
 
“지금이 제일 안좋다” “대통령 바뀔 때마다 휘청해” “앞일 예상 못한다. 그저 잘되길 바랄 뿐이다” “개시도 못하고 들어가는 가게가 많어”….

28일 오전 한국의 우시장을 대표하는 마장동 축산물시장. 요즘 일반 재래시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를 사실상 전면 개방하기로 결정된 직후라 여느 때보다 민감한 반응들을 보였다. 미국산 쇠고기를 직접 거래할 수입업체들은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일단 환영하면서도 섣부른 낙관은 자제하고 있었다. 광우병 파동 후 호주 및 뉴질랜드산 가격이 급등한 터라 미국산이 들어오면 거품이 빠져 차츰 쇠고기 시장이 안정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호주·뉴질랜드산 재고가 쌓인 곳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고 20~30% 정도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도 내놓았다. 하지만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돼 수입이 제한됐던 부위까지 들어온다는 점에 대해선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광우병 파동 후 수입 돼지고기만 취급하고 있는 ㄷ사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망에 대해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다”고 말했다. 광우병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가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시킨 점에 대해선 적극 찬성 의사를 보였다. 이 대통령의 “질 좋은 (미국산) 고기를 값싸게 들여와 일반 시민들이 먹도록 한다”는 입장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국내 시장은 안정될 것”이라면서 “가격도 가격이지만 고기 맛은 호주, 뉴질랜드산을 압도한다”며 미국 쇠고기 예찬론을 폈다. 그는 또 “소비자들은 지금은 안먹는다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쇠고기 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못 먹는다. 차차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나도 먹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의 한 업체 앞에 쌓여있는 미국산 돼지고기. ⓒ경향닷컴
 


그러나 일부 수입업자는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해 판매 전략을 놓고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M사 관계자는 “수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많이 망설였다”고 했다. 지금도 많은 생각이 교차되고 있다는 그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당분간은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쇠고기만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미국산 쇠고기는 맛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나 자신도 그렇지만 자식들에게 먹이기 겁난다. 만일 먹는다면 호주산을 먹을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또 “(쇠고기 전면 개방) 문이 이렇게 빨리 열릴지 예상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현지 사정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국내의 저조한 소비로 미국 시장은 많이 굶주려왔습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활로를 찾는데 혈안이 됐고, 그런 사이 최대 수입시장인 한국은 아무런 계획도 세워놓지 못한 채 문을 열어준 셈이죠.” 그는 이같이 말하며 일본의 경우를 거론했다.

일본은 현재 생후 20개월 이하의 SRM을 제거한 쇠고기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 23일엔 미국산 쇠고기에서 등뼈가 확인되자 수입을 즉각 중단하고 미국산 쇠고기 검역 표본조사율을 현재 1%에서 10%로 높이는 등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M사 관계자는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근거를 제출해 자신있게 대응하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 국민들이 자국 정부를 ‘믿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한·미 쇠고기 협상을 “국민 건강을 외면한, 실속 없는 게임”으로 해석했다. 그는 “비지니스 프렌들리 정부가 이윤을 앞세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개방하기 전에 한우 농가를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명확히 제시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큰 반발은 없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물음표를 던졌다. “결국 돈 있는 사람만 한우를 먹을 것입니다. 그리고 윗분들은 과연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까요?”

한편 25년째 마장동에서 한우만을 취급해온 신낙순씨(60)는 “경기가 안좋아 장사가 안됐지만 특히 대통령이 미국(한·미 정상회담)에 갔다온 후 거래가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밀려온다 하더라도 계속 한우만을 고집할 것이라는 신씨는 “인건비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고품격 한우 브랜드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다”며 “우리 한우들이 스트레스 안받고 잘 크기 위해서는 질 좋은 사료를 먹여야 하는데 사료값이 너무 비싸다”며 국내 사료업계의 ‘결단’을 촉구했다.

<고영득 경향닷컴기자 ydko@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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