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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농업계 영향과 대응방안’ 전문가 10인에게 듣다

학교급식·농촌체험·축제 올스톱 …농가들도 ‘비상사태’

친환경농가 등 피해 심각 각종 행사 줄어 화훼류 타격 농식품·종자 수출도 먹구름 

외식 대신 집밥 수요 증가로 축산물 소비는 크게 안 줄어 

농민피해 관련 정부대책 미흡 영세농가 경영비 보전 필요 

소득 감소 취약계층 위한 친환경 먹거리 지원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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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화훼·친환경농산물 판로가 막히고 농식품·종자 수출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 탓에 농촌체험과 영농 인력 수급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반면 가정 내 식품소비가 늘면서 국산 농산물 수요가 반짝 상승하는 현상도 감지된다. 농촌현장·농민단체·연구기관 등의 관계자 10인에게 코로나19가 농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들어봤다.



◆체험·친환경 농가 등 직격탄=농업 6차산업화의 주요 모델인 농촌체험마을이 위기에 빠졌다. 여행업계 3월 예약건수가 ‘0’인 상황이 농촌관광분야에도 현실로 들이닥쳤다. 강병옥 경기 가평 초롱이둥지마을 대표는 “주말이든 평일이든 마을에 사람이 전혀 오지 않는다”며 “방문자들이 체험을 즐기고 나서 사가던 잣·도라지·산나물 등 마을특산물도 그대로 쌓여 농가들의 걱정이 크다”고 푸념했다. 그는 “해마다 4월말~5월초 두릅축제를 열었는데 올해는 축제도 틀린 것 같다”고 했다.

학교급식 농산물을 생산하는 친환경농가의 피해도 심각하다.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장은 “친환경농산물은 학교 등 단체급식용으로 주로 공급하는데 개학이 연기돼 피해가 막대하다”며 “생산·출하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개학 추가연기 등으로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은 농산물 수출길마저 옥죄고 있다. 유춘권 농협미래경영연구소 부소장은 “우리 농축산물 수출은 일본·아세안·중국·미국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토마토·파프리카·사과 등 신선농산물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도 “농산물 수출부진에 따른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며 “행사용 소비가 많은 화훼류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해외시장을 확장하는 종자업계도 고심이 크다.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는 “각국이 입국금지 조치를 강화하고 항공·선박 노선이 사라지면서 수출물량을 선적하지 못하거나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아랍에미리트로 당근 종자를 보냈는데, 운송업체에서 도중에 운임을 35%나 올리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류 대표는 “종자업체는 해외 박람회 등에 나가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출장길도 막혀버렸다”고 했다.

◆식품소비 양상 변화=국민들이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식품소비 양상도 달라졌다. 김홍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외식업체가 주로 수입육을 사용하는 반면 가정에서는 국산을 많이 소비해 국산 축산물 소비는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다만 돼지고기는 삼겹살과 목심, 한우는 국거리와 불고기 등 일부 부위만 집중적으로 소비돼 유통업체들이 나머지 재고를 상당량 떠안고 있다”고 했다. 임영호 한국농축산연합회장도 “외식을 안하고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우·한돈의 소비는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아무래도 음식점에서 농산물을 많이 쓰는데 장사가 안되니 그쪽으로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가·유통업체들은 피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충남 금산 만인산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의 박기범 센터장은 “신선채소는 대형마트 판매가 둔화하는 반면 슈퍼마켓이나 온라인 채널에서는 판매가 늘었다”며 “전체적인 채소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시적이나마 집밥 수요가 늘었고, 안전한 국산 농산물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은 “외식 수요 등 가정 외 농산물 수요는 감소하지만, 식품은 필수재이기 때문에 총수요는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며 “수출입이 위축되고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농산물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므로 농산물 수입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오현석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사무국장은 “아무 데서나 뭔가를 먹는 행위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는 안전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농산물 소비패턴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피부 와닿지 않는 정부대책=정부가 코로나19 피해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는 등 지원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농업계가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는 답변이 많았다. 김영재 회장은 “추경안에 농업은 빠져 있고, 농림축산식품부가 483억원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그마저 외식·수출 업체에 초점이 맞춰져 농가피해를 보전하는 내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유춘권 부소장은 “농식품부가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해 48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그 정도로 농림업 생산액 손실을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류경오 대표는 “기업은 유동성문제가 심화하고 있는데 융자대책은 코로나19 상황이나 평상시나 다를 게 없다”며 “매출 감소와 자금난이 해소되지 않으면 고용을 줄이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동환 원장은 “일부 피해농가에 대한 자금 지원 등 대증적인 지원은 농가 경영부담 경감 차원에서 의미가 있으나, 영세농가에 대해선 직접지불 형태의 경영비 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영호 회장은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농업피해 극복에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농식품부가 500억원 정도를 지원한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대응 더 필요한가=오현석 사무국장은 “화훼소비는 개인에게 맡겨두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꽃을 이용한 거리·마을 가꾸기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며 “소득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 친환경 먹거리 꾸러미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홍길 회장은 “판매가 부진한 축산물 특수부위 등의 소비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병옥 대표는 “체험객 직거래가 끊겨버린 특산물을 ‘1사1촌’ 참여기업 등이 구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기범 센터장은 “사태가 장기화하면 학교급식 계약재배 농가는 살길을 찾기 어렵다”며 “마트 등 판매장에서 이들 농가의 친환경농산물 판촉전을 확대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 이사장은 “마늘·양파·고추 등 노동집약형 작물재배를 외국인 노동자에게 많이 의존하는데 이런 방식의 인력수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도시인력을 영농현장에 연계하는 서비스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재택근무·유연근무 확대는 가정 수요에 적합한 국산 농산물이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새로운 트렌드의 가능성을 분석하고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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