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올 세입 ↓·세출 ↑
정부, 예산안 편성지침 확정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 계획
농업 이·불용 많아 삭감 우려 “먹거리 안전 위해 확충 마땅”
정부가 내년도 예산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가재정을 꼭 필요한 분야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출은 늘어난 반면 세입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나라 살림에 경고등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농업계는 예산 삭감 대상이 농업분야가 돼서는 안되며, 국민의 건강과 먹거리 안전 강화를 위해서라도 농업예산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1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 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확정했다. 이 지침은 정부 각 부처가 내년도 예산을 짤 때 적용해야 하는 기준이다. 지침이 확정됐다는 것은 내년도 예산 편성 절차가 본격화했다는 의미다. 각 부처는 이 지침에 따라 내년도 예산요구서를 작성해 5월29일까지 기획재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에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의지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인 재량 지출 중 10%를 의무 감축하고 관행적 보조금은 지원 필요성을 전면 재검토한다. 또 집행 실적에 따라 예산이 편성될 수 있도록 연례적으로 이·불용되는 사업을 정비한다.
정부가 예산 다이어트를 하려는 이유는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제성장 하방 리스크가 커져 내년도 세수 불확실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지출 소요는 늘어날 전망이어서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절약 예산을 ▲내수기반 확충과 수출시장 개척을 통한 경제 역동성 회복 ▲미래 성장동력 확충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사회안전망 보강 ▲감염병과 미세먼지 등 사회재난 대응체계 고도화 등 4대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맨다면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마다 이·불용되는 농식품부 예산이 적지 않아서다.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사업의 경우 발동 요건이 까다로워 지난해 배정받은 1000억원 중 4억7000만원만 집행됐다. 2017년과 2018년에도 이 사업의 예산집행률은 각각 1.6%, 5%에 불과했다. 국회에 따르면 2012~2016년 5년간 이·불용된 농식품부 예산은 11조5952억원에 달했다. 연간 2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농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의 건강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농업예산을 축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오히려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부가 올해 도입하는 공익직불제와 농산물의 공적 수요 창출을 목적으로 한 시범사업 등의 예산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팀장은 “농업예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재분배도 필요하지만 우선 국가 전체 예산 중 농업예산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공익직불제 예산을 3조원까지 점진적으로 늘리고, 취약계층을 위해 시범 추진하는 농식품 바우처사업도 궁극적으로는 본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가 편성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에 피해가 심각한 농업분야 예산은 빠진 상황이어서 내년도 농업예산 확대에 대한 농업계의 열망은 어느 때보다 거세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매번 되풀이되는 농업소외가 올해도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코로나19로 농업피해가 막심한 만큼 농업소득 보전을 위한 직불금 예산 등을 대폭 늘려 국가 전체 예산 대비 농업예산 비중을 5%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농식품부 소관 예산은 15조7743억원으로 국가 전체 예산 512조3000억원의 3.08%에 불과하다.
농민신문 양석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