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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한우 정액 쏠림현상…전문가 “판매값 인상 필요

수급불균형 영향 웃돈·무허가업체까지

한달에 한번 추첨으로 공급 가격 저렴해 1군 신청 몰려

최대 당첨 가능횟수 늘려도 공급 측면 해결엔 한계 명확

보증씨수소 생산 20억 들고 근친문제 탓 정액량 못 늘려

9년간 동결된 값 현실화해 개량 희망농가 위주로 공급

‘1군만 선호’ 인식도 개선을


“원하는 한우 정액 구하기가 로또 1등 당첨만큼이나 어렵습니다.”

 

한우 정액 생산·판매업 허가를 받지 않은 민간업체가 농가에 정액을 공급했다는 기사(본지 7월31일자 7면 보도)가 나간 이후 편집국으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경북 경산에서 한우를 키운다고 자신을 소개한 농민은 이번 사태가 정액 공급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원하는 정액을 사려면 해당 정액을 가진 농가에 웃돈을 얹어주고 사정해야 겨우 구할 수 있다”며 “오죽하면 무허가업체를 통해 정액을 사려는 농가가 생겨났겠느냐”고 현장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 농민은 그러면서 “정액 수급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무허가업체의 정액 공급사태는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귀하신 몸’ 1군 한우 정액=개량 위주의 농가들에 따르면 양축현장에서 원하는 정액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현재 한우 정액은 농협 가축개량원 한우개량사업소를 통해 전량 생산·공급된다. 이 정액은 선발지수식에 따라 선발한 보증씨수소가 생산한 것들로, 선발지수가 높은 상위 70%는 1군, 다음 15%는 2군, 나머지 15%는 3군으로 나뉜다. 1스트로당 판매가격은 1군 1만원, 2군 5000원, 3군 3000원이다.

 

농가가 원하는 정액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한달에 한번 추첨을 통해 당첨됐을 경우에만 공급한다. 수급불균형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농가들이 1군 정액만 신청하는 일명 ‘쏠림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1군 정액의 당첨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 정액을 구하지 못하는 농가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인기 보증씨수소 ‘KPN1203’의 지난해 정액 공급량은 1만2500스트로로, 이를 신청한 농가는 무려 2만8112명에 달했다. 하지만 당첨자는 1369명으로 당첨률이 4.9%밖에 되지 않았다. 신청자 100명 가운데 5명만 이 정액을 구한 셈이다.

 

이러한 ‘쏠림현상’ 탓에 특정 정액에 당첨된 이웃농가에 웃돈을 주고 사거나 무허가업체의 정액 쪽으로 눈을 돌리는 농가가 생긴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1만원짜리 1군 정액이 50만원에 거래되는 일도 있다”면서 “인기 있는 보증씨수소의 정액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귀띔했다.

 

◆정액 공급량 늘리는 데 한계 있어=사실 특정 정액 쏠림현상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수년 전부터 지속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가축개량원은 최근 사육규모에 따라 최대 당첨 가능횟수를 늘리는 등 개선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문제해결이 요원한 이유는 공급 측면에서 개선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증씨수소를 늘려 정액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보증씨수소 한마리를 선발하는 데만 5~6년이 걸리는 데다 송아지 구입부터 관리·선발까지 모든 과정에 약 2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서다.

 

여기에 보증씨수소 한마리가 생산하는 정액량을 늘리고 싶어도 함부로 그럴 수도 없다. 근친문제 탓이다. 차의수 가축개량원 총괄부장은 “보증씨수소 한마리당 생애 정액 생산량은 10만~12만스트로로, 이 양을 생산하고 나면 도태시킨다”며 “기준치 이상의 정액을 농가에 공급하면 후대에 근친도가 높아져 개량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상향조정과 농가 인식개선 등 필요=전문가들은 수요 측면의 대책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대책은 정액 판매가격 상향조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현재 판매가격은 2010년 1스트로당 750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른 이후 한번도 인상된 적이 없다”면서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개량에 관심 없는 일반 농가도 주변 농가를 따라 1군 정액을 신청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량을 하고자 하는 농가 위주로 원하는 정액을 신청할 수 있도록 판매가격 상향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정 정액만 선호하는 농가의 인식변화도 요구된다. 무조건 1군 정액만 찾는 게 아니라 자신이 보유한 암소와 유전적으로 맞는 정액을 구매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용호 한국종축개량협회 전무는 “보증씨수소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식에게 전달되는 능력은 50%고, 나머지 50%는 어미의 유전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농가는 현재 보유한 암소의 능력부터 검증해 거기에 맞는 정액으로 계획교배를 실시하는 게 개량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농민신문 최문희 기자

https://www.nongmin.com/news/NEWS/ECO/COW/314251/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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