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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3년] 3·5·10룰, 대한민국 접대문화 이렇게 바꿨다

“식사비 3만원 넘으면 문제된다”인식 자리잡아
시행 직후보다 조금씩 무뎌지며 편법, 꼼수 횡행
요식업게, 축산업, 농업에도 영향...“인건비, 물가 고려해 금액 상향해야


1. 서울 중앙부처에서 일하는 5급 공무원 김모(46)씨는 지난 추석 부인으로부터 “사무실에 안좋은 일이 있느냐”라는 소리를 들었다. 업무로 기업과의 접촉이 잦았던 김씨 자택에 명절을 맞아 들어오는 기업 선물수가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는 과일 상자 몇 개와 김구이 세트가 전부였다. 김 씨는 “김영란법 이후 명절 때 들어오는 선물수가 과거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 수량 뿐 만 아니라 가격대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오는 28일이면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3년이 된다. 공무원, 교직원,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김영란법은, 식사접대비는 1인당 3만원, 선물은 5만원(농축산물은 10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이를 넘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도록 했다. 또 1회에 100만원 이상(연간 300만원 한도)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 하도록 했다.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이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추진했던 김영란법은 2015년 국회를 통과, 1년여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9월 28일 시행됐다. 김영란법 상한액은 식사접대비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시작했지만 농축산인의 반발로, 2017년 11월 농축산물 선물 상한액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됐다.

김영란법 시행 3년. 그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헤럴드경제의 취재에 응한 이들은 “김영란법 자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전과 비교해 문화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도한 접대와 선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실히 뿌리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는 별개로 “세세히 추적할 수 없어 있으나마나한 법이 됐다”는 얘기도 함께 나온다. 축산농가와 농업인들, 자영업자들이 직접적으로 받는 타격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식사비 3만원 넘으면 문제” 인식 자리잡아= 김영란법 시행은 접대와 선물 문화를 바꿨다. 정부관청 주위에 있는 식당 중에는 김영란법 시행이후 가격 상한선을 3만원으로 맞추는 곳이 생겼고, 일부 식당에서는 ‘김영란 세트’ 같은 메뉴를 내놓기도 했다. 선물세트는 5만원이 넘지 않도록 다변화됐다. 지난해에는 김영란법 시행 전후를 비교, 법 시행 이후 연간 접대비 총액이 처음으로 줄었다는 국세청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우리 회사의 판공비는 김영란법의 시행 전과 비교해 50%가까이 줄어들었다”며 “예전에는 접대를 하더라도 2차, 3차까지 거하게 밥을 먹었다면 요즘에는 빨리 끝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골프 접대가 없어져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에 한 중학교 교사(34)는 “학부모들이 음료수 같은 것을 선생님께 주면, 김영란법 얘기를 하면서 거절한다고 한다. 선의인데 씁쓸해하는 모습도 봤다. 하지만 교사입장에서는 편하다”며 “올해 스승의날에는 학교 반장이 학생들이 쓴 손편지를 엮어 꽃다발을 만들어 줬다. 받는 사람도 정성이 느껴져서 좋았다”고 했다.

 

▶편법 꼼수 횡행… 무뎌지는 ‘김영란법’=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하루만인 2016년 9월 29일 낮 12시, 경찰청에 김영란 법 위반 첫 신고가 들어왔다. “학교 수업을 듣는 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는 한 대학생의 제보였다. 우리 사회가 법 시행 초기, 김영란법에 얼마나 민감했는지를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3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김영란법’의 존재에 대한 인식은 공유됐지만, 단속과 수사가 힘들다라는 것도 함께 체득됐다. 편법과 꼼수가 늘어난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식사 접대의 경우 인원수 기록을 아예 하지 않거나 사람 수를 실제 참석 인원보다 많게 쓰는 방법으로 김영란법을 피해가는 회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조사의 경우도 회사이름으로 하지 않고, 개인 이름으로 분산해 내는 방법을 쓰는 곳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 역시 “골프의 경우는 접대회사 직원 2명, 접대 대상자 2명 등 모두 4명이 골프에 참석했지만 모두 직원으로 처리하는 식으로 김영란법을 피해가는 회사도 있다”고 했다.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수사 당국 역시 해당 판례들이 충분치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로 입건됐을 때도 이에 대한 수사는 1년이 넘게 지속됐다.

▶요식업게, 축산업, 농업에도 영향...“인건비, 물가 고려해 금액 상향해야”=서울 양천구에서 참치회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공무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5만원, 10만원짜리 손님은 아예 없다”고 푸념했다. 또 “접대 자체가 차단된 느낌이다. 김영란법 시행전에는 경찰과 구청 공무원이 많이 왔다. 매출 영향이 크다. 가격상향을 해야 요식업계도 먹고 산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이후 자영업자들은 메뉴 가격을 3만원으로 맞추거나 선물가격을 5만원으로 맞춰서 내놓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이들이 김영란법 시행 직후 받은 타격은 3년이 된 지금도 여전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정지현 선임연구원은 “외식업 상황이 안 좋은 것이 전적으로 김영란법 때문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영향이 있다”며 “3년이 지났다. 인건비, 임대료, 물가 모두 올랐다. 김영란법에 맞춰 3만원짜리 메뉴 만들어놓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상한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우농가가 받은 타격도 여전히 크다. 실제로 헤럴드경제가 전국한우협회로부터 받은 ‘최근 4개년 강원 한우 설 명절 선물세트 판매 현황’을 보면 2019년 설 한우 선물세트 판매량은 5억1850만원으로 2016년 5억6370만원에 못미친다. 매년 판매량은 2017년 4억4030만원, 2018년 4억8790만원 등으로 회복세지만, 아직 김영란법 시행전 수준으로 회복되지는 못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3년차를 맞아 전국적인 한우선물세트 판매추이와 피해를 분석, 청탁금지법에서 국내산 농수축산물 규제 제외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업경인인협회에도 김영란법이 농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입장을 본지에 밝혀왔다.

 

헤럴드경제=박병국·정세희·박상현·김민지 기자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9092700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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