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기획] 소비자 속이는 모호한 원산지 표시제

가게명은 '한우곰탕' 고기는 '수입 소고기'

인터넷 배달 음식점 원산지 오인·혼동 표기 심각
원산지 표시제는 소비자 알권리 제공으로 선택권 넓히는 것


원산지 표시제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소비자가 오인·혼동하도록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우와 수입 소고기 사용 여부를 제대로 알 수 없어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이하 녹소연)는 지난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음식점 등 원산지 표시현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중심으로 소비자 오인·혼동 유발 사례와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온라인 절반 이상 오인·혼동 유발 표시 

녹소연에 따르면 지난 6~7월 서울 25개구에서 영업을 하는 한우 관련 음식점과 정육점, 인터넷 배달 음식점 등 524개소에 대해 방문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24.6%에서 부정확한 원산지 표시로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수는 적지만 인터넷 배달 음식점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오인·혼동 표시 사례가 발견됐다. 인터넷 배달 음식점 14곳 중 오인·혼동 유발 표시를 한 곳은 8곳, 57.1%로 절반이 넘었다. 음식점의 경우에도 전체 466곳 중 120곳, 26.1%가 원산지 표시에 있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품목별로는 탕류, 찜류, 구이류 순으로 오인·혼동 표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진행한 녹소연의 박인례 공동대표는 “원산지 표시제의 시행이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못 표시하거나 오인·혼동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조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 대표는 “원산지 표시제는 산업 정책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알권리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소비자 정책”이라며 “표시제 개선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인·혼동 표시 피해는 소비자 몫

녹소연은 가장 먼저 상호명과 원산지 표시가 불일치하는 경우를 대표적인 소비자 오인·혼동 사례로 꼽았다. 예를 들어 ‘한우곰탕’ 또는 ‘한우사골’이라는 상호명을 쓰면서 수입 소고기를 함께 판매하는 경우다. 소비자는 상호명만 보고 한우 전문 음식점인 것으로 판단하지만 실제로는 수입 소고기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 오인·혼동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국한우협회는 올해 초 이 같은 사례를 파악하고 문제점 등을 계속해서 지적해왔다. 한우협회는 “한 유명프랜차이즈 업체가 한우곰탕을 표방하며 육수에만 한우를 사용하고 고기는 수입 소고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례를 발견했다”며 “교묘하게 원산지 표시법 위반을 피해갔지만 명백히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이밖에도 한우와 육우, 한우와 수입 소고기를 병행 표기하거나 주요 메뉴판과 별도 메뉴판을 따로 두는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녹소연의 조사에 따르면 메뉴판 상단에 ‘국내산 한우’로 표시하고 각 메뉴 아래에 별도로 ‘육우’로 표시해 원산지가 한우인지 육우인지 분간이 어렵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한우는 우리나라 고유의 소 품종인 갈색 소를 말하는 것으로 육우와는 구분해 표시해야 한다. 육우는 육우용·교잡용 젖소 수소 또는 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없는 젖소로 고기를 위해 사육된 소를 말한다. 

 

두 원산지의 소고기를 섞어 사용하는 경우 ‘+’나 ‘섞음’으로 표시해야 하나 대부분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조사 대상 524개소 중 한 가지 음식에 2~3개국의 원산지 육류를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는 129개소, 24.6%였으며 이들 중 +나 섞음 표시를 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선빈 전국한우협회 국장은 “찜갈비만 해도 미국산은 3만원대, 한우는 5~6만원이기 때문에 원산지 오인·혼동 표시로 소비자가 원산지를 잘못 인지했을 경우 손실이 크다”며 “섞음 표시제도 역시 악용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회 등과 협의해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상황 고려해 점진적 정착 유도해야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원산지 표시제 강화 등에 있어 현장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은택 농관원 원산지관리과 사무관은 “원산지 표시법을 위반할 경우 적용되는 법적 처벌의 강도는 높지만 이를 모든 영세 상인들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원산지 표시 방법이 복잡하고 어려워 정말 몰라서 제대로 표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원산지를 거짓, 혼동 또는 위장 표시한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5년 이내 다시 거짓 표시를 할 경우에는 형량하한제도 둬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김세곤 서울시 식품정책과 축산물안전팀 주무관도 “세밀한 부분에 변경이 있을 경우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부분도 세심히 고려해 개선안을 마련하고 점진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수축산신문 이문예 기자

?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