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투플 물량 급증…최고등급 위엄 흔들리나
새 쇠고기등급제 시행 한달
마블링 기준 완화 영향 원플과 가격차 줄어
아직까지 큰 변동 없지만 등급간 가격 역전 땐
마블링 경쟁 내몰릴 수도 ‘사육기간 단축’ 취지 무색
“더 지켜봐야” 목소리도
지난해 12월 새로운 쇠고기등급제 시행 이후 약 한달 만에 육질 1++(투플러스)등급 출현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한우고기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개편된 쇠고기등급제는 1++와 1+(원플러스)등급의 마블링(근내지방도) 기준을 하향조정한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마블링 9·8번인 도체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7번도 가능해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소도체 등급별 경락가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27일 도매시장에 출하된 한우 3만9980마리 가운데 1++등급은 8930마리로, 출현율 22.3%를 기록했다. 이는 2014~2018년 5개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최고치다. 같은 기간 1++등급 출현율은 2014년 11.1%, 2015년 9.5%, 2016년 8.4%, 2017년 10.7%, 2018년 13.9%였다.
공급량은 증가했으나 업계 우려와 달리 가격은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이 기간 동안 1++등급 한우고기의 평균 경락값은 1㎏당 2만791원으로, 올 1~11월 가격인 2만1320원보다는 약간 하락했지만 전달인 11월의 2만747원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연말연시 특수성과 이른 설 명절(1월25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인한 반사이익 등 소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격하락세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문제는 1++와 1+등급의 가격차다. 지난해 12월1~27일 두 등급의 평균 가격차는 1㎏당 1218원으로, 같은 등급인 1++(9)와 1++(7)의 가격차인 1346원보다 적다. 특히 1++(7)과 1+의 가격차는 664원밖에 나지 않는다.
1+등급으로 가야 할 물량이 1++(7)에 포함됨에 따라 1+등급 물량 감소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1++(7)과 1+등급의 가격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등급의 한우고기가 1++(7)보다 비싸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전반적으로 1++등급의 가치가 하향평준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강병규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한우국 박사는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소비자가 1++등급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데, 1++와 1+등급이 별반 차이가 없다면 고등급을 선호해온 이들은 실망할 수 있다”며 “물론 1++등급이 마블링에 따라 3가지로 나눠지지만 아직 소비자는 이를 세세하게 구분하기보단 1++등급 전체로 ‘투플러스’를 인지하기 때문에 고등급의 차별성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1+등급과 가격차가 별로 없는 1++(7)을 받을 바엔 사육기간을 늘려 1++(9)를 생산하려는 농가가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당초 등급제 개편으로 기대했던 소 사육기간 단축효과는 물 건너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1++등급이라도 마블링에 따라 가격차가 이렇게 큰데 누가 1++(7)을 받으려고 하겠느냐”면서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사육기간 단축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등급간 가격차는 매번 달라지는 것으로, 현재 나타나는 가격차가 유의미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또한 등급제 개편에 따른 시장 변화는 시행 5~6개월 이후에나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