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안정 책임 마저 농가 몫인가”
정부 자조금 지원금 운용방침 놓고 축산업계 반발
정부가 한우와 한돈자조금에 지원하는 보조금의 50% 이상을 수급안정 사업에 배정토록 했다. 축산업계는 정부의 책임을 민간에게 모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한돈자조금 사업과 관련, 최근 마련한 지침을 통해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과 규정을 준수할 것을 해당 단체에 요구했다.
특히 정부 보조금에 대해서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소비홍보 사업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한 반면, 유통구조와 조사연구 사업의 경우 사업단위에 따라 보조금의 50~100%까지 매칭이 가능토록 했다. 다만, 교육 및 정보 제공과 운영비, 기타비용에 대해서는 50% 미만에서 매칭을 허용했다.
주목할 부분은 수급안정사업에 대한 보조금 사용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지침에서 수급안정 사업에 보조금의 50% 이상을 배정하되 동일금액의 거출금을 매칭해 사업을 추진토록 하는 등 그 기준을 분명히 했다. 이대로라면 최소한 정부 보조금 규모 만큼의 자조금은 무조건 수급안정사업에 투입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축산업계는 강한 거부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지침이 ‘축산물 수급안정의 책임은 축산업계의 몫’ 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결과라는 시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수급안정이 자조금 사업의 주요 기능화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일 뿐 만 아니라 자조금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민경천 위원장은 “자조금의 본래 목적은 홍보에 있다. 농가에서 생산하는 생산물에 대한 개별홍보가 어렵기 때문에 자조금을 모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소비를 촉진하자는 게 자조금의 도입 취지”라며 “정부 보조금을 수급조절에 사용토록 못을 박은 지침으로 인해 농가 거출금까지 수급조절에 쓰여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자조금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조금이 ‘전가의 보도’로 인식되고 있는데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또 다른 축산단체 관계자도 “자조금 사업 이전 정부가 담당해 왔던 역할 가운데 상당부분이 자조금 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조금의 관조금화가 그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이제 수급안정까지 자조금으로 해결하라고 한다. 이럴 바에야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축산물 수급이 안정된 시기에도 정부 보조금 만큼의 사업은 무조건 진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수급안정을 위한 축산업계의 자구노력을 뒷받침 하자는 취지이지 정부가 수급안정을 외면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는 자구노력을 지원하되, 그래도 안되면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 보조금은 수급안정 외에 다른 사업에도 활용할 수 있음을 축산단체에 충분히 설명했고, 이해도 했다”며 “다만 수급안정을 위한 체질 강화와 시스템 구축은 항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수급이 안정된 시기에는 이러한 사업에 자조금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