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발생 이후 한우 유통시장에 무슨일 있었나(3)
외식소비 VS 가정소비...한우유통업계 ‘엇갈린’ 명암
전체적인 한우의 소비를 놓고 볼 때 외식분야에서 감소한 소비는 가정 내 소비로 이어지면서 높은 한우가격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갈빗살의 수요가 유독 많은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코로나 발생의 가장 큰 영향권에 있었던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갈비를 비롯한 등심 등 구이용 부위의 재고 부담을 호소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서울과 도심권의 한우유통에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마장동 한우육가공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정에서의 한우소비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주로 국거리와 불고기 등 양지와 사태 등이 주로 판매되면서 상대적으로 식당용 거래가 많았던 등심 등 구이용 부위가 체화를 빚고 있다.
실제로 도매시장의 한우 지육가격이 3월들어 kg당 2만원대에 육박할 정도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부분육 경매가격을 살펴보면 양지와 사태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등심은 보합세 갈비와 특수부위의 가격은 외려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3월 kg당 평균거래가격이 2만 원대 수준이었던 한우사태는 올해 3월 17일까지의 평균가격이 2만2037원으로 10% 올랐고, 지난해 같은 기간 3만6천 원대 수준이었던 한우양지의 경우 kg당 거래가격이 4만3천원까지 뛰었다.
안심과 등심, 채끝 부위의 경우 지난해 3월과 2019년 연말에 비해 가격이 상승하거나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식당에서 주로 소비됐던 갈비와 특수부위의 경우 kg당 거래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 연말 kg당 1만 8천원 수준이었던 갈비가격은 3월 평균 거래가격이 1만3988원으로 kg당 4천 원 가량 떨어졌다. 특수부위의 가격 하락폭은 이보다 커서 지난해 같은 달 8만5천 원대, 지난 연말 9만 6천 원대에 거래됐던 것이 3월 17일까지 평균가격이 7만 9천 원 대로 내렸다.
육가공업체들은 구이용 부위 체화 해소를 위해 최근 대대적인 가격 할인 행사를 기획, 진행하고 있지만 식당에서의 소비가 되살아 나지 않는 이상 가정내 소비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재고를 털어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것 이란 전망이 높다.
더욱이 지난 2018 년 3~4월 가축시장 거래중단 영향으로 감소한 한우출하물량이 올 4월쯤이면 정상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구위용 부위 체화는 공급량 증가와 맞물려 한우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우외식업계 경영난 한우육가공업계로 ‘전이'
전체적인 한우업계를 놓고 볼 때 코로나로 인한 소비 감소와 그로 인한 가격 하락 등 당장에 큰 영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외식과 가정에서의 소비 명암(明暗)이 상반되면서 육가공업체들과 중도매인들 역시 업체의 주요 거래선에 따라 희비곡선이 엇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식당의 거래처가 중심인 육가공업체의 경우 동반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정육점 및 SSM 등에 주요 거래처를 둔 육가공업체와 중도매인들은 한우고기 소비호조로 코로나 수혜를 입고 있는 것.
하지만 현재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이 도매시장의 매참인 자격으로 직접 지육을 매입해 판매하는 것이 일반화된 현실에서 대부분의 거래선이 한우전문식당에 집중된 이들 한우육가공업체들과 중매인들은 주문량 급감 속에 한우가격이 예상치 못한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마장동 한우육가공업체들 가운데는 자금여력이 없거나 규모나 소규모 육가공업체를 중심으로 경영압박을 이기지 못한 채 문을 닫는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서영란 마장한우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코로나19로 한우식당들의 발주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자금회수는 더딘데다 인건비 등 고정지출비용 부담 증가, 여기에 높은 한우가격까지 겹쳐 마장동 한우 육가공업체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로 실제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 중인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는 등 마장동 한우육가공업계가 줄도산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는 한우업계 전체를 놓고 볼 때 외식에서의 소비 감소분을 가정소비가 이를 메우면서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중도매인들의 경우 주요거래처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양상이다. 식당이 주 거래처인 경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정육점과 소형 슈퍼에 납품이 많은 중매인들은 이전에 비해 주문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우고기 ‘비대면소비’ 활성화 정착될까
‘코로나 19’가 가져온 한우고기의 업태별 소비형태 변화는 금번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이전의 형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 그리고 온라인 쇼핑 활성화 등 비대면 소비행태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비되고 있어 전망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광옥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유통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물건을 구입하는 언택트(Untact) 소비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서 금번 코로나 19 사태는 이전에 온라인을 경험하지 못했던 소비자들까지 비대면 소비행태로 빠르게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고 내다봤다.
반면, 코로나19는 일시적 영향일 뿐 식품에서의 비대면 소비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마트 문주석 축산팀장은 “식품부문 가운데 특히 고가의 단가인 한우의 경우 직접 상품을 보고 선택하려는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여전히 매우 강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오프라인의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본다”면서 “온라인 시장의 신장을 예상할 수 있지만 금번 코로나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배송물량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던 만큼 온라인 유통업계의 전통 강자나 후발주자들 모두 배송과 자체 물량 확보 능력에 따라 앞으로의 성적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으로 더욱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소비 생태계에 한우업계가 빠르게 대처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는 등 기존의 가격 할인 중심으로진행했던 오프라인 마켓팅은 물론 온라인에서의 마켓팅 전략을 더욱 치밀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가 겪은 ‘편리성’이야 말로 제품의 기능과 가격 브랜드를 뛰어넘는 소비자의 또다른 주관적 가치로 인식될 가능성이 큰 만큼 그동안 오프라인에 집중해왔던 한우업계의 마켓팅 화력을 온-오프라인에 균일하게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팜인사이트 옥미영 기자